이제 아침이면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차갑게 느껴진다.

 폭염의 무더위가 어제 같은데 벌써 완연한 가을이다.

 비가 올것 같은 날씨지만 간간이 높고 푸른 하늘이 고개를 살며시 내민다.

 10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이 세월의 무게 만큼 설레임도 사라진지 오래다.

 들과 논에는 온통 오곡백과 익어 가는데 가벼운 주머니에 발걸음은 무겁다.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버틸지 벌써 한숨짓는 선배의 말과 좁아진 어깨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남의 일 같지 않아 속마음이 들킬까! 호탕하게 큰소리로 웃어본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에 너도 나도 어렵다는 소리가 천근같은 삶의 무게로 어깨를 짓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