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운동장!!

 정치가 엉망진창인 이곳에서 지방 향우회 화합의 장인 체육대회가 열렸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12개 읍면 출향인들 1천5백여명이 모여 북적였다.

 회장 이취임식과 체육대회가 대충 마무리 되었지만 많은 출향인들이 오직 고향의 형, 누나, 동생들과 즐거운 추억을 하나라도 더 만들고 싶어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텐트속에 남아 행운권 추첨을 기다렸다.

 행운권 추첨은 말 그대로 뜻밖의 행운을 기대하며, 마음 조이는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다.

 그러나 모두의 간절한 바램을 외면한채 행운권 추첨 통속에는 행사를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의 행운권만 가득한 듯 보였다.

 말 그대로 사무국 직원들과 행사를 도운 사람들을 위한 행운권 추첨이었다.

 행사를 도운 분들과 평소 존경한다는 그분을 위해 행운권을 뽑아 선물을 주는 행태가 참석한 출향인들에게 쓸쓸한 상처로 남았다.

 비록 사양하는 미덕을 보이는 분들도 간혹 보였지만 불편한 속내는 어쩔수 없다. 그럼에도 국회운동장이라 한번 큰 맘먹고 용서 해본다.

 훌훌 털고 돌아나오는 길, 출향인들의 ‘다시는 안오겠다’는 말이 귀를 간지럽히며, 끝까지 앞자리에 남아 어두운 눈으로 자기 번호 부르기만 손꼽아 기다리던 팔순이 가까운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