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노인들의 4고는 관심과 사랑이 약 예천e희망뉴스l승인2015.12.09 10:2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낡은 유모차에 폐지를 싣고 꾸부정한 허리로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걷는 노인의 모습은 눈이 시릴 정도로 춥고 서글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폐지값 마저 폭락하며, 예전에 비해 폐지 줍는 노인분들이 많이 보이지 않게 됐다.

 그러나 폐지를 줍는 일을 제외하고 할수 있는 일이 없는 노인들의 현실은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른 새벽부터 하루 온종일 다리품을 팔아도 손에 쥐는 것은 겨우 천 몇백 원.

 이것도 재수가 좋을때나 가능한 일이다.

 침체된 지역경기의 장기화로 인해 오토바이와 화물차를 이용하여 빈상자 등 폐지를 수거해 가는 일이 많아지면서 노인들의 손수레와 유모차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다행한 일은 일부 상인들의 경우, 빈 상자와 폐신문지를 가게 한켠에 모아 두고 노인들의 순수레를 기다리며, 따스한 이웃의 정을 나누는 일에 앞장서고 있어 훈훈함을 더한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헐벗은 노인들에게 겨울은 잔인한 계절이다.

 늙고 병들어 몸마저 아프니 5일마다 돌아오는 장날이면 어김없이 지역내 한의원과 치과, 병의원에는 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흔히 노인의 4고(苦)를 빈곤, 질병, 고독, 무위(無爲)라고 한다.

 이 중에 빈곤, 질병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고독, 무위는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독과 무위는 찾아오는 이도 없고 말할 사람도 없어 외로우며, 할 일이 없음을 뜻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비록 몸이 아프고 힘들어도 낡은 유모차에 기대어 거리를 전전하며, 쓰레기 더미속의 폐지를 줍는 일일망정 무언가를 할수 있다는 것은 고달프지만 즐거운 일(?) 이며,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수도 있다.

 우리가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보고 느끼는 막연한 슬픔이 철없는 잣대로 타인의 삶을 가늠하는 오만과 편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깃을 여밀 정도의 추운 겨울에 폐지를 가득 담은 유모차를 밀며, 거리를 전전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려온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보릿고개 등 숱한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전쟁같은 삶을 살아온 투사들이지만 늙고 병든 몸은 생의 종착점을 향해 갈수록 쓸쓸함이 가중된다.

 지역에 거주하는 65세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32%가 넘는다.

 이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에 주변의 노인들을 돌아보고 따스한 말 한마디와 손길로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도 초고령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책무일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우리처럼 젊은시절이 존재했으며, 언젠가는 우리도 그들처럼 늙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권력도 젊음도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정철 <이고 진 저 늙은이> 시조에서 제목 인용


예천e희망뉴스  webmaster@ycehn.net
<저작권자 © 예천e희망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예천e희망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인기기사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경북 예천군 예천읍 효자로 70 (세종프라자 2층 203호)  |  대표전화 : 010-2522-0071  |  팩스 : 054)652-0503
등록번호 : 경북 아 00359  |  발행인/편집인 : 장희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희정  |  등록일 : 2015년 4월 8일
Copyright © 2020 예천e희망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