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몸살로 며칠동안 꼼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내일로 다가온 아들 졸업식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속이 타고 식은땀이 온 몸을 적신다.

▲ 경기가 어려운 탓인지 학교 정문앞은 썰렁

 졸업식 당일 이른 새벽, 잠이 깨어 자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배도 조금 나오고 코 밑이 거뭇거뭇한 것 같고 허벅지도 튼실한 것이 이제 제법 아이티를 벗고 있는 듯하다.

 솔직히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면 마치 어린시절 읽은 구운몽이라는 책처럼 하룻밤 꿈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 교장선생님의 제자사랑이 돋보인 99명 졸업생들의 좌우명

 혹시나 깨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보낸 세월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태어나고 옹알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며, 아빠라는 말을 처음 했을 때 느낀 기쁨과 책임감을 아직 잊을 수 없다.

 처음 어린이집에 간다고 작은 책가방을 들고는 좋아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서너번의 재롱잔치가 지나가고, 학교 입학식 그리고 6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 추억으로 전한 마지막 수업도 진지하게

 돌아보면 참으로 빠른 세월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선잠을 자다가 알람소리에 깨어 몸상태를 보니 오한기가 조금 남아 있지만 견딜만은 하다.

▲ 김영한 교장선생님

 졸업식 준비를 위해 아이는 일찍 학교에 태워주고 사무실에 앉아 뜨거운 물로 몸속의 찬기를 몰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진통제를 먹은 뒤에야 졸업식장으로 향했다.

 오전 9시30분,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에는 김영한 교장선생님의 제자 사랑이 묻어나는 99명 졸업생의 좌우명 족자가 병풍처럼 둘러처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 권오진 총동창회장

 하나둘 학부모들과 졸업생들이 모여 든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처음 보는 풍경에 신선한 느낌이 든다.

▲ 반 친구들과의 마지막 사진

 큰아이를 찾아 두리번 거리길 한참. 저멀리 조금 설레이는 모습으로 의젓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33년전 그때의 내가 보인다.

▲ 후배들의 국악공연

 괜시레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곁을 떠나기 싫어서 아들 주위만 귀찮게 맴돈다.

 드디어 할매·할배로 구성된 실버관현악단의 연주가 졸업식의 시작을 알리고, 졸업증서 전달식이 진행됐다.

▲ 실버관현악단의 연주

 후배들의 우크렐레 합주와 국악공연, 색소폰 연주 등등이 이어져 흥겨움을 더했다.

 이어 김영한 교장의 인사와 권오진 총동창회장의 축사가 있었으며, 5학년 동생의 송사에 대한 허재희 학생회장의 답사가 이어졌다.

▲ 6학년 담임선생님들의 인사

 마지막으로 모두 다함께 교가제창을 하며, 졸업생들은 이제 추억으로 영원히 남을 모교에서 보낸 친구들과의 우정과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함을 되새기고, 후배들은 살갑게 챙겨주던 선배들의 새 출발을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했다.

▲ 교가제창으로 지난 추억을 되새기고

  교문을 나서는 길, 하늘 가득 함박눈이 내려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복했다.

 ■ 수상자 명단

 ▲교외상 △국회의원 표창: 백종은 △예천군수 표창: 유승민 △예천경찰서장 표창: 황은서 △경북양궁협회장 표창: 김장현 박지우 △총동창회장 표창: 이예준

 ▲교외상(교육관련) △예천교육지원청교육장 표창: 허재희 △교원연합회장 표창: 권민성 △학교운영위원장 표창: 박동은 박수빈 한형곤 박민우 안준석 △한국스카우트연맹장 표창: 엄태긍 임혜린 서정우 우채윤 윤정상 박종원 심현민 전유진 최주연 안예지 최정혜 박승준 강민성 박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