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협회 사무실은 삶은 소머리를 다듬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오후에 예천군장애인협회 앞에 천막이 쳐지고 멍석이 깔렸다.

 23일 아침 9시, 행사 시작 2시간 전인데 벌써 면 단위 장애인들이 떡 하니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마음은 급한데 무엇을 해야 할지 가늠이 안된다.

 하나둘 장애인들이 도착하고 윷놀이 한마당이 펼쳐졌다.

 하늘은 흐린데 날씨는 우수가 지나서인지 참 봄같이 따뜻하다.

 장애인들의 윷놀이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니 윷가치를 줍는 일이 조금 불편할 뿐이다.

 그러나 나름의 체계가 있어 두다리가 조금 자유로운 장애인이 휠체어 장애인의 손발이 되어 부지런히 움직인다.

 몸이 불편하니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어쩌면 일반인들보다 더 낫다.

 모처럼 밝게 웃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니 경품과 소머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지난 시간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한편으론 내일처럼 두팔을 걷고 나서준 예천장애인협회 후원회 김종은 회장과 회원들의 노력이 헛된 일이 아님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멍석에 윷가치가 춤을 추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장애인들의 순수한 모습에 잔머리를 굴려 어줍잖은 봉사(奉仕)에 나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준다’는 말이 있듯 작은 나눔으로 큰 기쁨을 얻을수 있으니 이보다 더 남는 장사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현준 군수와 하성호 예천군자원봉사센터 이사장, 강재수 주민복지과장, 이정희 종합민원처리과장, 직원들, 보건소, 드림스타트에서 방문해 참석 장애인들을 격려하고 관계자들에게 힘을 보탰다.

 또한 지보신협, 후원회원, 독지가들이 마음으로 준비한 푸짐한 경품에서 뜨거운 장애인 사랑을 엿볼수 있어 좋았다.

 이날 장애인 윷놀이를 통해 나눔은 돈을 많이 벌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행사를 준비한 이완희 회장은 “장애인들이 웃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다”며 “십시일반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