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 싸이렌이 울리고 전국 동시에 민방공 훈련이 실시됐다.

 예천읍 남녀의용소방대원들도 지시를 받고 각 구역에서 일사분란하게 차량통제에 나섰다.

 약 5분의 시간이 흐르고 갑자기 차량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지침도 해제 싸이렌도 울리지 않은 상황에서 대원들은 우왕좌왕 하며, 곳곳에서 차량운전자들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바람은 불어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는데다 따가운 햇볕속에 경적음은 울리고,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할지 몰라 짜증이 폭발 직전까지 갔다.

 슬며시 현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와 소방대장과 예천119안전센터에 물어보니 예천군의 어떤 지침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누군가의 입을 통해 조간신문에 공습경보가 울리면 15분간 주민들의 이동이 통제되고, 5분간 차량운행이 통제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문을 보지 않고 해제 사이렌 조차 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현장 요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한심한 지휘체계에 분통이 터졌다.

 아직도 안전한 대한민국과 예천은 정확한 지침과 지휘체계가 정립될 때만이 단단하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 하다.

 지금이라도 말뿐인 안전 보다는 확실한 지휘체계로 불의의 재난발생시 신속히 지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수 있도록 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의용소방대원들과 예천119안전센터가 함께한 상설시장 소방로 확보 캠페인에서는 시장 좌판상인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대원들이 앞서 일사분란하게 좌판을 치우고 소방로를 확보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했다.

 그러나 119소방차가 다른 길로 우회하면서 대원들은 상설시장 좌판상인들의 불만섞인 목소리를 여과없이 들어야 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소통없는 민방공 훈련과 배려없는 소방로 확보 캠페인 등 바쁜 시간을 뒤로하고 열성적으로 임무에 매달린 의용소방대원들이 완전히 새가 된 하루다.

 ‘무능한 지휘관은 혼자 죽지 않는다’는 말처럼 재난발생시 지휘체계의 부재로 인한 무사안일한 대처가 어떠한 무서운 재앙으로 다가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대상이 바로 여러분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