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66년 7월 31일 모두의 축복속에 태어났다.

 예천교육장을 아버지로 두고 1천5백여명이 넘는 아이들의 박수와 환영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첫 선을 보이던 그날, 교장선생님의 훈시는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우리 아버지와 나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코흘리개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따라 구석구석 나를 만지고 탐사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잘 정돈된 교실은 최고의 찬사가 모자랄 정도였다.

 그리고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책 읽는 소리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지냈다.

 처음 맞이한 코흘리개 아이들이 자라 벌써 환갑을 넘겼다고 하니 세월이 참 빠르다.

 지금은 몸 구석구석이 아이들의 손때에 검게 얼룩이 지고 뼈마디 마다 삭아 성한 곳이 거의 없지만, 요즘은 그저 예전의 추억을 되새기며, 혹시나 나로 인해 아이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

 작년에 옆 동의 젊은 친구와 정문 주변에 천막이 쳐지고 공사를 시작해 혹시나 나도 하는 생각을 품었지만 역시나로 끝나 큰 실망을 한 적이 있다.

 소문에 10억이 넘는 돈을 들인 젊은 친구는 때깔이 거의 호텔급으로 변해 몰라볼 정도다.

 그러나 온 몸 안 아픈 곳이 없는 나와 천장에 어르신 이 빠지 듯 검은 구멍이 숭숭 난 실내체육관은 예산이 없어 손을 댈 수 없단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교실이 부족해 우리와 놀고 공부를 해야 하니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지붕의 페인트는 벗겨지고 간혹 비도 새고, 복도의 손잡이는 일부 떨어져 나간 곳도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보아야 할지 막막하다.

 1층은 1학년 교실로, 2층은 방과 후 교실로 운영되는데, 일부 교실의 의자는 이것저것 막 갖다 놓아 통일성이 없다. 솔직히 누가 알까! 부끄럽다.

 모두가 예산 탓이다. 돈이 없다니 할 말은 없다.

 풍문으로 들으니 우리 지역이 올해 신 도청시대의 중심도시가 되고 그곳에 명품학교가 들어선다고 한다.

 가뜩이나 아이들이 줄어 걱정인데, 여기서 더  줄어들면 나는 또 어찌될지, 앞날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솔직한 마음으로 미리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한 사람의 말을 믿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훌륭한 어른이 나서서 말로만 걱정하던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 고민하고, 직접 행동으로 실천했으면 좋겠다.

 만약 나로 인해 아이들이 사고가 난다면 견디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지금도 책 읽는 아이들을 사랑하며, 우리 지역의 미래와 희망이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는다.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와 더불어 오래 생활 할수 있도록 절실히 지금 힘있는 누군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