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빌라에서 용우교 앞까지 한쪽으로 길게 도열한 벚꽃을 내년 봄에는 더 이상 볼수 없을것으로 보인다.

 이곳을 군에서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굴곡도로로 판단하여 올해 5월 도로선형개선사업에 들어가, 아름드리 벚꽃나무의 밑둥을 전기톱으로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매년 봄이면 흰 눈송이처럼 활짝 핀 채 도열한 벚꽃 길에서 맞는 기분좋은 느낌과 여름의 시원한 푸르름, 가을이면 붉게 물든 낙엽으로 기쁨을 주던 곳이라 아쉬움은 더 크다.

 수십년의 세월이 하룻밤 꿈처럼 허무하게 사라졌다.

 생천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쓸데없는 일에 돈 낭비하지 말고 군민들이 먹고 사는 일에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며 “가만히 있는 벚꽃나무는 왜 자르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에서는 지난 2011년에도 굴머리에서 신대왕교까지 지역주민들의 교통안전과 여가선용 편익을 명분으로 사업비 10억원을 들여 ‘보행환경조성사업’을 추진하며, 도로 한쪽면의 벚꽃나무 수십그루를 제거하고 보행로를 설치해 지역주민들의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현재 벚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차지한 잘 정비된 보행로에 찾아 온 봄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으며, 그늘이 없어 낮에 그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수령의 벚꽃나무 제거 명분은 언제나 지역민들의 안전이다.

 정작 이용하는 지역민들은 위험하다고 느끼지도, 새로운 환경을 바라지도 않는데 말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몇 해 전 나무가 아름다운 학교였던 모 초등학교에서 주변 과수원의 민원과 교장의 독단적인 판단에 의해 교정 안에 있던 나무를 대부분 제거하고, 일부는 가지가 모두 잘린 채 큰 전봇대 같은 형상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방치해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로 인해 학교측과 총동창회측의 마찰이 있었으며, 어린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뛰어놀다 잠깐 땀을 식힐 수 있는 그늘이 없어져 교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무를 제거하기는 쉽지만 다시 심어 수십년을 키우기는 어렵다.

 아름드리 나무가 주는 편안함과 정서적인 면은 돈으로 감히 따질수 없는 값진 유산이며, 우리가 마땅히 후손에게 고이 물려주어야 할 재산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적인 것이 좋다.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이제라도 수십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 온 나무를 탓할 것이 아니라 굴곡진 도로가 위험하면 천천히 가도록 유도하고, 나무를 지키고 보존하며, 자연과 더불어 생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무미건조한 보행로와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보다는 조금은 불편하고 굴곡이 진 도로라도 봄이면 벚꽃이 만개해 눈을 즐겁게 하고 고향냄새 물씬 풍기는 흙길이 훨씬 정겹고 좋은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