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면 출신의 이상연 ㈜경한코리아 대표이사의 인생에세이 '나눔경영에 미친 기업인'이 방송대 개교 50주년 기념 동문 에세이집 '배움으로 다잡은 인생'에 수록됐다.

 앞서 이 대표이사는 방송대 졸업인 25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상연 대표이사는 예천중, 대창고를 졸업하고 만학으로 2003년 방송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창원대 대학원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경남대에 명예박사를 받았다.

 또한 경남오페라단 후원회장, 솟대패사물놀이 고문 등을 지냈으며, 경남과 고향 예천의 문화예술인들과 취약계층을 위한 아낌없는 후원으로 나눔문화확산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동안 경남중소기업경영혁신 대상, 한국산업경제학회 산업경제 대상 등을 수상하고 금탑산업훈장 등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기업의 전략적 녹생지향성이 경영성과에 미치는 연구’ 등이 있다.

 에세이집 서두에 “힘들었던 지난날 당신이 살아온 눈물겨운 삶의 여정에 한 번 놀랐고, 당신의 성공을 뛰어넘는 헌신적인 삶의 모습을 보고는 그 누구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나눔의 삶을 실천하면서도 항상 겸손과 배려의 성품이 몸에 밴 당신의 모습에 우리 모두 진정 감동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아래는 윤상민씨가 인터뷰하고 정리한 글 전문을 옮겨 싣는다.

 ■ 제목: 나눔경영에 美친 기업인

 “여태껏 지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국가대표가 되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꿈을 향해 올라갈 수 있게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에 빛나는 김제덕 선수(경북일고)가 국가대표로 선발된 직후 이상연 경한코리아 회장에게 보낸 문자다.

 예천 출신인 이 회장은 고향의 양궁 인재들을 오래전부터 후원해 오던 중에 양궁 신동으로 이름을 알린 김제덕 선수(당시 초등4)의 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는 등 어려운 형편을 듣고 그때부터 수호천사를 자처했다.

 이 회장의 이런 기부활동은 “기부는 기업의 사회적 의무이자 책무”라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가난이 싫어 무작정 상경한 촌놈

 예천 호명의 농가에서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이상연 회장은 초등학교 다닐 때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집으로 냅다 달렸다.

 그러면 밥을 먹던 아버지가 “우리 아들이 쌀밥 먹고 싶어 왔구나”하며 남긴 밥에 고등어 한 토막을 얹어 주곤 했다.

 중학생 때는 20리 길을 걸어 등교했다. 아침 8시까지 학교에 가려면 새벽 5시쯤 아침밥을 먹고 준비해야 했다.

 당시 어떻게 하면 지긋지긋한 가난을 떨쳐내고 고기 배부르게 먹으며 살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 따라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처음에 동대문 시장에서 과자를 도매로 떼와서 성수동, 뚝섬 일대 가게들에 팔았다.

 유리공장에서 10m 이상 되는 유리도 구웠으며, 공사 현장에서 곡괭이로 땅을 파고 찜통을 날랐다.

 해맑은 얼굴로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앳된 청년을 보고 감동한 현장소장은 그에게 사무보조 일을 맡겼다. 그 때부터 인복이 따랐다.

 ▶신화의 시작, 고졸 출신 인사계장

 공사현장을 떠난 이 회장은 시계제조업으로 유명한 국제전광사에서 선반 보조공으로 입사했다.

 취직은 했어도 기술이 없어 할 일이 없던 그는 스스로 할 일을 만들어서 했다.

 매일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공장을 청소하고, 기계에 기름칠하고, 기술자들이 출근해서 바로 일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의 성실함은 곧 빛을 보았다. 말단 공원에서 관리직으로 신분이 상승하여 자재창고 정리업무를 맡은 것이다.

 현황판을 만들어 자재가 입고되면 규격별·날짜별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규격에 따라 원자재를 정리할 수 있도록 틀도 새로 짰다.

 성실함에 이어 실력까지 인정받은 그는 검수와 구매 업무까지 설렵하며, 입대 전날까지 일했다.

 1973년 제대 후 그를 기다리던 회사로 돌아갔다.

 날로 성장하던 회사는 방위산업체로 지정되면서 노선을 변경해 확장을 꾀했다.

 정부가 자주국방을 내걸고 투자를 늘리면서 방위산업체에 창원 이전을 권했다.

 1976년 공장이 창원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그는 스물여덟의 나이에 직원 500여 명을 관리하는 최연소 인사계장으로 승진했다.

 회사는 점점 더 규모가 커졌고, 아주 가파른 바위에 온 힘을 다해서 오르는 꿈을 꾼 다음날, 최연소 총무과장으로 승진했다.

 ▶임원을 꿈꾸던 월급쟁이에서 사업가로

 설비투자에 자금을 쏟아붓느라 빚을 너무 많이 진 국제전광사는 결국 부도가 나서 다른 회사로 넘어갔다.

 넘어간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평소 친하게 지내던 거래처가 물량을 대줄 테니 최소한의 생산설비만 우선 갖춰 창업할 것을 제안했다.

 부족한 창업자금은 고향에 사는 형님한테 부탁했다. 며칠 후 형님은 논밭을 다 판 돈을 들고 찾아와 말했다.

 “아우, 정말 잘해야 하네. 아우 잘못되면 나는 고향 버리고 어머니 모시고 강원도 탄 캐러 갈 걸세.”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이 회장은 모든 걸 여기에 걸었다.

 이렇게 1984년 여름, 나이 서른다섯에 경한정밀을 창업했다.

 풍부한 인맥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회사를 성장시켜 10년 후에는 공장을 확장하여 이전했다.

 그즈음 몰아친 IMF 구제금융사태도 거뜬히 극복했다.

 “당시에 창원에는 IMF가 제일 늦게 왔으며, 또 제일 빨리 지나갔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부도난 기업도 정말 많았다. 그때 예전에 알던 직원이 부품 개발 건 하나를 건네준 것이 우리로서는 JMF를 탈출하는 시발점이 됐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던데, 또 한번 인연의 힘을 느꼈던 사건이었다.”

 창업 이래 30년간 자동차 변속기 핵심부품을 생산하여 세계적인 전문기업으로 성장한(2007년부터는 자동차 주요 부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2013년에는 독일 폭스바겐에 12종의 부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경한정밀은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주식회사 경한코리아로 법인 전환했다.

 초정밀 부품 국산화에 성공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CNC 자동선반, 고주파 열처리, 자동연삭기, 아노다이징 등의 설비를 확보한 경한코리아는 지난해 직원 90명, 연 매출 400억 원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과 직원들은 사훈대로 “끝없이 부지런하고 처음처럼 겸손했다.”

 ▶나이 50에 방송대생

 1998년, 나이 쉰에 미뤄두었던 방송대 경영학과 입학을 결행했다.

 입학한 그는 학교 수업에도 열심이었지만 학생회 활동에도 열정적이었다.

 지역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창원학습관(당시 마산학습관) 건축에도 일조했다.

 “출석수업이나 시험 때는 진주학습관으로 가야했다. 일하면서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보니 야밤에 운전하다 사고가 날수도 있고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학생 수도 마산, 창원, 진해가 훨씬 많은데 창원학습관이 없다는 게 정말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방송대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참 다행이라고 했다.

 “방송대에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당당하지 못했을 거다. 유리공장 노동자부터 남들이 안 해 본 일들을 다 해왔다. 방송대 덕분에 학부 출신이라고 말할수 있게 됐다. 방송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창원대에서 박사과정까지 공부가 이어질수 있었다. 만약 고졸로 남았다면 제가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장을 할 수 있었을까! 어려운 환경에서 정규과정을 마치지 못한 이들에게 방송대는 꿈이다. 항상 마음속에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사업 성공보다 더 빛나는 나눔의 삶

 2016년, 경한코리아는 ‘KBS 나눔경영쇼 사장님이 美쳤어요’에 소개되었다.

 놀라운 성과공유와 직원복지를 펼친 기업을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경한코리아는 깐깐한 심사를 뚫고 244개 기업 중 12개 기업에 선정됐다.

 경한코리아는 동고동락해 온 직원들을 위해 근무환경개선에 힘쓰는 한편 매년 500%의 성과급을 지급해오고 있다.

 “제가 여러 방면으로 사회봉사를 하고 있지만 먼저 직원들에게도 좋은 회사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더 많잖아요. 그 시간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근무환경과 복지에 신경 써야 하는 겁니다. 일주일에 두 차례 특식을 제공하고, 체력단련실에는 스크린골프를 도입했다. 제 꿈이 직원들에게 1,200% 성과급을 주는 건데 현재 830%까지는 달성했다”

 이 회장은 직원을 최우선으로 배려한다.

 1984년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감원하지 않았다. 정년 보장은 물론이고 정년을 맞은 직원이 계속해서 일하기를 원한다면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고용을 보장한다.

 또 직원복지만큼이나 고향 예천 챙기기에도 열심이다.

 모교인 대창고에 적잖은 장학금을 지급해 고향 후배들의 학업을 보살피는가 하면 경남 도내 경찰관 자녀 30여명에게도 2005년부터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는 예천에서 부모님과 형제 상을 치르면서 느낀 고향 친구들의 뜨거운 정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매년 모임을 주선하고 비용일체를 부담해오고 있다.

 함께 태국도 다녀왔고 고희를 맞아서는 제주도를 여행했다.

 친구들이 그에게 전달한 감사패 글귀 중 일부다.

 “힘들었던 지난날 당신이 살아온 눈물겨운 삶의 여정에 한번 놀랐고, 당신의 성공을 뛰어넘는 헌신적인 삶의 모습을 보고는 그 누구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눔의 삶을 실천하면서도 항상 겸손과 배려의 성품이 몸에 밴 당신의 모습에 우리 모두 진정 감동하고 있습니다.”

▲ 금탑산업훈장 수훈

 ▶내 주변을 좋아지게 만들면 나도 좋아져

 경한코리아가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은 중소기업들과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중소기업 발전에도 신명을 바쳤다.

 중소기업융합중앙회 경남회장(1998-2005)을 시작으로 중소기업이업종연합회 창설, 중소기업융합중앙회장(2006-2010), 청년실업채용박람회 개최 등으로 중소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탰다.

 2014년 이업종교류 및 협력 활동에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신기술·신제품·신사업 창출로 국가융합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그는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이 회장은 기업 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을 고향사랑, 이웃사랑, 지역사랑의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편 소외계층 지원,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에도 열과 성을 다한다.

 나눔이 일상이 되어버린 삶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만큼은 철저하게 엄격하다. 매일 아침 30분 일찍 출근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공장을 둘러본다.

 일흔이 넘었지만 운전기사도 없다.

 7년전부터 국산 전기차를 직접 운전한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돌아보면 어려울 때마다 좋은 분들을 만났고 그분들이 나를 돌봐주었다. 그렇게 한 단계씩 성장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어떻게 가난에서 벗어날까 고민하던 소년이 기업을 일으키고, 나눔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건, 순전히 내가 만나왔던 소중한 인연들 덕분이다. 오늘도 나 자신에게 좀 더 엄격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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