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장날 상설시장 후미진 골목을 찾으면 어김없이 옹기종기 모여 농산물을 파는 할매들을 만날 수 있다.

 상추, 머위나물, 도라지, 토란, 파 등등 한줌씩 농산물을 널어 놓고 주름진 얼굴과 굵은 손마디로 손님을 기다린다.

 다 팔아도 몇 만원이 되지 않겠지만 눈이오나 비가오나 장날이면 거르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젊은 사람들은 혹여나 눈이라도 마주칠까! 길만 재촉한다.

 상설시장 장꾼들의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한켠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할배들부터 구부정한 허리로 연신 장을 보러다니는 할매들. 그 틈에 간간이 젊은 사람들이 스치듯 지나간다.

 요즘은 농사일로 바쁜 탓인지 장을 보러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지는 않다.

 설과 추석 무렵만 되면 전통시장 활성화를 외치며, 시장을 누비던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에 갔는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말한다. 늙기도 서러운데 짐을 조차 지실까!

 육신이 닳아 안 아픈곳이 없는 몸이지만 나물 한줌을 놓고 장꾼들을 기다리는 할매들의 모습에는 삶의 치열함을 느껴진다.

 마침 시장구경을 나섰다가 할매와 눈이 마주쳐 조금 마른듯한 마늘쫑 한단을 2천원에 구입했다.

 이것저것 권하는 할매의 주름진 모습에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