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봄의 백미는 벚꽃이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새신부 마냥 수줍은 자태에 바람결에 흩날리는 연분홍 꽃잎의 모습은 꿈을 꾸듯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다.

봄볕 좋은날. 아내의 재촉에 게으르고 무기력한 몸을 일으켜 벚꽃구경에 나섰다.

무심한 눈으로 바라본 하늘은 맑았고 마주한 봄바람은 옷깃을 여밀듯 차갑다.

요즘 바쁜 일상이 없어져서 인지는 몰라도 이번 벚꽃은 유난히 풍성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먼저 장애인협회 옆으로 나란히 도열한 벚꽃을 즐기며, 지고개 길가에 핀 분홍색 벚꽃에 감탄한다.

호명 직산에서 보문면소재지 까지 이어진 제방도로의 벚꽃도 따스한 봄의 햇볕과 어우러져 눈이 부실 정도다.

또한 용문사 가는 길의 벚꽃은 푸른 소나무들과 하나되어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봄의 산과 들에는 벚꽃을 제외하고도 봄꽃들이 천지다.

민들레가 노란 꽃잎으로 유혹하고 벚꽃나무 너머 언덕에는 지천으로 핀 진달래가 반갑다고 손짓한다.

오래 된 고목에서 파란 싹들이 기지개를 활짝 켜고 생명의 향기를 뿜어 낸다.

혹한의 겨울을 이기고 마주선 봄의 전령들은 당당해서 더욱 아름답다.

빰을 스치는 찬 봄바람, 한줌의 따스한 햇볕, 나무의 새순, 형형색색의 봄꽃, 길가에 있는 돌멩이 하나조차 스스로의 자리를 지키며,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다.

잠깐의 봄꽃 나들이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시절이 어렵다고 일이 바쁘다고 스치듯 지나치는 봄. 올 봄이 가기전에 하루 만사를 제쳐놓고 가족과 함께 하는 나들이를 제안해 본다.

 

■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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